가끔은 쓸데없는 걸 자랑하고 싶어진다.
나는 라면을 잘 먹지 않는다. 집에 아예 라면을 두지 않는다.
절대 싫어해서가 아니라, 한 번 먹으면 계속 먹기 때문이다.
예컨데, 마트에서 파는 5개들이 라면 묶음을 사면, 대충 5일치다.
그래서 라면은 주로 분식집 가서 먹는 외식 메뉴다.
너무 사랑해서 옆에 둘 수 없는, 아이러닉한 관계다.
어제 일이 좀 고단했는지
점심 때가 되어도 입맛이 나질 않아 식사를 미루고 있다가
가볍게 군것질이라도 하고 저녁 맛있게 먹자는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그래, 작은 컵라면 하나 정도면 딱 좋겠다.
처음 보는 <스낵면> 인스턴트 보울 에디션을 급식 사이즈 우유와 사서 먹었다.
..너무 맛있잖아..
오감을 자극하는 짭쪼롬하고 매콤한 맛에 식욕이 활짝 열려
하나 더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편의점에 들어갔다가 왠지 창피해 그냥 나왔다.
집에 들어오려다 황급히 발걸음을 돌려 한 블럭을 걸어 다른 편의점.
이 쯤 오면 내가 방금 컵라면 먹은 걸 알 사람은 없겠지.
또 처음 보는 <튀김 우동> 미니어처 샘플러를 계산하려 하니 850원.
카드 계산은 1000원부터 해주는 가게 방침이라 곤란해졌다.
50원 짜리 동전은 갖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내 저금통 2개는 각각 500원, 100원만 지원한다.
초여름 런던 여행 (10일) 동안 한국에 대한 극심한 그리움을 달래준
<신라면 BLACK> 페이퍼컵 스페샬 에디션을 하나 얹어
2050원을 카드로 결제했다.
편의점 테라스 셀프 서비스 존에
한 층 시원해진 날씨와 간만의 화창한 햇살을 즐기며
낮술을 즐기는 아저씨들 사이에 자리잡고 앉아
마이크로 사이즈로 줄어든 귀여운 튀김 건더기에 감탄하며
두 젓가락에 다 먹어 버렸다.
난 지금 배가 몹시 부르고,
지금 내 옆에는 <신라면 BLACK> 페이퍼컵 스페샬 에디션이
트로피처럼 위풍당당하게 서서 날 유혹하고 있다.
난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맛있었다.
반성할 것이 있다면, 일회용 챱스틱을 두 벌 사용했다는 것 뿐이다.
다만, 좀 있다가 저녁 먹어야 하는데 큰일이다.
절대 집에서 먹지 말아야겠다. 메뉴가 뻔하니까.
분식집에도 가지 않겠다.
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