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2014/11/18 11:44
어젯밤의 맥주 때문이었을까
틀어 놓고 잔 토이의 새 앨범 때문이었을까
햇빛 찬란한 침대가 왠지 차가워 일찍 일어났다
평소였으면 다시 잤겠지만 오늘은 어딘지 달라
잠이 다시 오질 않아
특별한 하루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헤드폰과 놋북을 챙겨 집을 나선다

해가 뜨고 지고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번갈아 찾아오듯
참 반복되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매일 아침 창에 스며드는 햇살은 미세한 차이를 보이고
같게만 느껴지는 하루하루 속 소소한 차이들이 바로 추억이리라

오늘의 소소한 차이를 만들어줄 친구를 찾아간다
우주의 삼라만상이 일정한 시간을 두고 돌고 돌 듯
아침 4시부터 10시반까지만 만날 수 있는
칸트같은 나의 어려운 친구
맥도널드 모닝세트
언제 또 만날지 모르니
모든 메뉴가 다 들어 있는 디럭스로 주문해본다

과식하고 카페에 앉아 신상 토이 앨범을 듣고 있다
뜨거운 여름부터 풍년을 부르짖던 우리가
올 가을 들어 난데없는 음악 풍년을 맞이했구나
땡큐 이후 일곱 번의 가을을 거치는 동안 나는 좀 더 어른이 되었고
이제는 열살 터울 형의 노래의 의미들이 어렴풋이 캐취가 된다

10주년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제까지의 곡들을 좍 펼쳐놓고
우리에게 중요한 노래들과
우리 친구들에게 중요한 노래들을 고른다
너무 힘든 일이었다
그릴 것은 너무 많은데 하얀 종이가 너무 작아서..
하나 확실한 건
적어도 우리들에게는 지난 10년이
대단한 나날들이었고
앞으로의 우리들도 하루하루가
큰 의미있는 날들이었음 좋겠다는 것이다

좋은 하루가 될 것 같다 (벌써 좀 졸리긴 하다)


설렌다.
연말에 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