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TNZ 20

2024/04/18 02:26

문득 스무살이 되던 해가 생각난다. 이제 어른이라는 생각도 들고, 세상의 이치를 좀 깨달은 기분이었는데, 철이 없었죠. 스무해를 덧붙이고 나니 이제야 좀 알겠다. 앎이라는 건 결국 모름을 깨닫는 과정이라는 것을.


뭐라는겨.


20주년 기념 앨범 TWENTY PLENTY를 1EA 받아 휘적휘적 부클릿들을 넘기고 있자니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함께 이 앨범을 만든 열팀의 동료뮤지션, 크레딧에 적힌 - 그리고 적히지 않았어도 똑같이 고생하신 - 수많은 분들을 떠올리니 참 감사하고 뭉클하다.


페퍼톤스가 스무살을 맞이했다. 세상에 없는 음악을 만들겠다며 “We found a new sound!” 말도 안되는 소리를 외쳐대며 (찾긴 뭘 찾아) 무모하게 시작한 우리 둘만의 외딴 섬 같던 모임이, 이제는 제법 큰 모임이 되었구나. 뿌듯하고 감사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여전히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어떤 일들이 일어날 지 더더욱 모르겠다는 게 웃기기도 하다. 역시 알수록 모르는 게 인생인가보다.


한화 이글스가 시즌 초 1위까지 하다 지금은 순위가 죽 떨어졌다. 잘할 것이라고 모두 예상은 했지만 1위는 아무도 예상 못했지 (한화의 레전드 영구결번 52번 김태균 빼고). 이상한 일이라며, 떨어질 것을 대비해야 한다며 기쁨을 애써 감추려 했다. 정말 떨어지고 나니 충분히 기뻐하지 못한 게 후회되지 뭐야. 일희일비하지 않는 삶을 살겠다고 늘 다짐했지만, 앞으로는 ‘일희’들은 꼭 챙겨야겠다는 생각. 즐길 일들은 충분 즐기되,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일들은 미련 없이 받아들이고 경험을 발판 삼아 힘내어 나아가자는 야구의 교훈.


20년이 뭐 대수냐고, 민망하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될 지도 모르겠으니 그냥 넘어가자는 의견도 우리 사이에서 많이 나왔었지만, 그래 용기 내보길 잘했다. 덕분에 새로운 경험도 많이 하고 축하도 많이 받고 기분이 좋습니다.


한가지 확실한 건 함께 즐거움 나눌 붠님들 계신다는 게 참 감사하다는 것. 올 한 해 함께 많이 즐겨봅시다. 후회없게!



J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