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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7 00:50
새 작업실로 이사를 한지 한달이 되어간다

이전 작업실은 꽤 훌륭한 곳이었다
결과적으로 그곳에 머무는 2년 동안
두장의 앨범, 치얼업 ost까지 합하면 거진 세장의 음반을 발표해냈으니
풍수로 따지면 명당이라 할 수 있겠다
다만 건물 꼭대기층이라
여름엔 너무 덥고 겨울엔 너무 춥고
승강기마저 없어서
기타들고 오르락내리락 할때마다
헉헉 난 할수있다 할수있다
그런 문제가 있었다

그래도 옮기고 싶단 생각까지는 않았는데
강인한 허벅지로 이겨낼 수 있었는데
온풍기도 두개나 샀는데
건물 리모델링 통보를 받고 하는 수 없이 이사를 했다

이사라니 처음엔 막막했는데
막상 찬찬히 짐 정리를 하고 있자니 마음이 편안하기도 하고 괜찮았다
어떤 편지와 메모들을 다시 읽어보기도 하고
바빴던 시기에 떠올랐다가 깜빡 잊어버린 생각들도 기억나고
여기저기 쌓인 먼지도 털고 쓰레기도 버렸다
오래된 물건을 빤히 바라보며 앞으로 쓸 일이 있을까 없을까 고민하다가
앞으로의 날들을 상상하기도 했다
많이 버리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늘어난 기계들 물건들 때문에
고민 끝 거진 스무해 된 소파를 두고 왔고
곧 더 작은 1인용 소파를 사러 갈 것 같다
(어떤 노래 가사처럼)

새로 옮긴 곳은 넓게 트인 창문 바깥으로
촘촘한 쇠창살이 돋보이는
왠지 나가고 싶은데 나갈 수가 없는 그런 곳이다
사진을 보냈더니 태경형이 음악의 감옥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창문 너머 담쟁이덩굴을 바라보며 자유의 그 날을 꿈꾸는..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음악의 감옥에 갇혀 고통받는 나)

아직 짐 정리가 덜 된 채이지만
의뢰받은 어떤 곡의 편곡 작업을 급한대로 하고 있다
꽤 전부터 대부분의 편곡 의뢰를 고사해오고 있지만
세상일이란게 그렇듯
가끔은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이의 부탁을 받을 때도 있다

돌이켜보니 난 참 이사를 자주 했다
모두 열 한곳에 작업실을 차렸었고
한 작업실에서 앨범을 두 장이상 만든 적은 거의 없으니
이것도 일종의 루틴인걸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곡들을 쓰게 되기를 희망한다

무더운 여름 지나가고 한 계절 한 계절
음악의 감옥에서 부역하다보면
곧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전국을 누비며
땀범벅에 클럽공연 하는 날도 돌아 오리라
모두 그때 다시 만나자!

sa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