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단상

2015/05/21 22:31

가령 3박 4일의 휴가라면
나는 삼일째 아침부터 이미
돌아가는 일이 신경쓰이기 시작하는 타입이랄까

설레임에 부풀어 잠든 첫날 밤의 숙소
눈을 뜨면 청춘같은 둘째날이겠지만
이윽고 셋째날 아침이 와 일어나 보면
아 벌써 절반이나 지나가 버렸어-
하는 기분이
아무리 지우려해도 은근히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것이다

청춘은 이를테면 이튿날 같은 것이었다
아직도 한참 남아있다
아직도 끝나려면 지겹도록 멀었다

모든 작별들은 현실감 없이 멀게만 느껴졌었고
그 사이 우리들은 무수히 많은 기회들 속에서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 곧 떠나야 하는 사람은
여행의 끝이 시시각각 다가오는것을 안타까워하며
혼신의 힘을 다해 태연한 척 마지막 밤을 머리에 새기고 있구나

조바심 느끼지마라
벌써부터 미리 트렁크를 싸놓을 필요는 없다 다그쳐본다

가끔씩 머리 속에서 모든 내일을 지우고
오늘 하루만을 온전히 만끽하고 싶다




sa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