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의 중요한 소재인 D&D. 나도 중학교 때 친구들과 주사위 굴리며 열심히 했었다. 나는 양손에 1d4 단검을 용맹하게 휘두르며 자물쇠와 함정을 해체하는 chaotic good의 하플링 도적이었던 것 같다. 하프엘프였나.. 할로윈 폐인이 되어 드라마를 재밌게 보고 났더니 놀랍게도 아주 오랜만에 중학교 친구에게 한국 들어왔다며 연락이 왔다. 15년 정도 만에 만난 중학교 친구들은 이제 다들 결혼도 하고 집값 얘기 대출 얘기나 하는 아저씨들이 되었지만 (남 얘기할 건 아니지만), 중학교 때의 사건들을 되짚다보니 그 때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누가 누굴 좋아했네 누가 누굴 사귀었었네 얘기들은 15년 뒤에 다시 만나도 아마 또 하겠지.
연락들이 오고 감의 낌새가 이제 송년회 시즌 접어드는가보다. 연말 연시를 핑계로 반가운 얼굴들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모임이 끝도 없이 생기니 시간과 컨디션이 허락하고 수다 떨고 싶을 때 언제든 어딘가에는 모임이 있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좋은 환경이다.
송년회에 대해 신기한 점은 자주 연락하고 만나는 사람들도 꼭 누군가는 “뭉쳐야지” 하는 단체문자를 보낸다는 것이다. 딱히 일년을 정리할 것도, 새롭다할 이야기도 없는데 왜 또 자리를 만드려는 걸까. 으레 만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도 실제로 성사되기는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에, 만날 수 있을 때 열심히 만나두자는 의미일 것이다.
막판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 새로운 곡들 준비하는 시기에 공연을 하는 게 맞을까. 새로운 레파토리를 들고 멋있게 공연하면 더욱 좋지 않을까. 다소 늦게 내린 결론은 ㄴㄴ다. 새로운 이야기가 없으니 올해 송년회는 하지 말자 얘들아- 하는 건 별로다. 앞 날은 알 수 없으니, 만날 수 있을 때 만나는 것이 맞다. 12월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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