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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2 23:00
반년만에 인사를 씁니다
안녕하시죠
그간 잘 지냈습니다
음반은 어떠셨나요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아이는 한 일년 반 남짓 옆에서 열심히 놀아주고 살폈더니
이제는 어린이집가서 혼자 친구들하고도 놀고 낮잠도 자고 오고 하네요
전 그 덕분에 시간이 생겨서 다시 혼자 걷기도 하고
잉여로운 생각도 하고 그럽니다
그것도 그것대로 좋고 하원할때 손 붙잡고 걸으면서
나비도 보고 개미도 보는것도 좋습니다

2월쯤부터 석달 정도를 자주 스튜디오에 나가있다보니
몇년간 끊었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되었습니다
음악은 역시 몸을 축내면서 해야 제맛..
깨끗했던 내 몸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아련)

어떤 일관된 정서를 몇달정도 꾸준히 유지하는게 앨범할때마다 늘 어려웠습니다
칩거, 은둔하기도 하고 어디 멀리 떠나기도 한다던데
그럴 여건이 안돼서, 특히 이번엔
생활 속에서 빨래도 널고 집도 치우며 흥얼흥얼 천천히 조금씩 쌓아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일상이 단조로워서 의외로 집중이 잘 되었습니다...

앨범이 나온 날은 늦은 밤까지 잠이 오지 않아
이어폰을 챙겨서 산책을 나갔습니다
지하철 역 두 정거장 정도 거리를 걸으며 스트리밍으로 앨범을 들었는데
수백번도 넘게 들은 소리들이지만 그렇게 야외를 걸으며 들은 것은 처음이라서 참 새로웠습니다
습하고 따듯한 공기를 마시며 이대로 어딘가 떠나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때때로 조용한 밤에 묘한 기분으로
이 순간에도 수많은 미래가 시작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린 모두 밤하늘의 별처럼 흐드러지게 많은 생각과 선택 끝에 다다른
단 하나의 결론들이라는 것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건강히 즐겁게 지내시길
sa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