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는데

2016/09/05 17:35
요즘 꿈을 자주 꾸는 편인데, 일어나면 감정만 남아있고 내용은 사라져 버린다. 그런데 어제 일이 다소 늦게 끝나 아침이 되어서야 잠들었더니 아주 생생한 꿈을 꾸었기에 잊기 전에 여기에 기록해본다. 역시 아침형 인간이 기억력이 좋은가보다.

나는 진한 구릿빛 피부 남자애였는데, 일종의 이집트 왕자 정도 되었던 것 같다. 치마 같은 것을 입고 다녔고, 앞을 보고 있는데 머리는 옆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정 나이가 되면 후계자 비슷한 것을 뽑는 스포츠 대회가 열리는데, 난 그 대상자가 되어 경기에 참가했다. 경기의 규칙은 간단했다. 왕궁 구석 구석을 뛰어다니며 보물찾기를 하는 것이었다. 보물은 다름 아닌 초밥이었다. 초밥을 먹고 빈 그릇을 먼저 모아오는 자가 승리하는 것이었다. 초밥의 양이 꽤 많아서, 밥을 몰래 버리면 안된다는 특별 규칙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아주 페이스가 좋았다. 경기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내 허리춤에 주렁주렁 매달린 빈 초밥 그릇들은 딸랑딸랑 경쾌한 소리를 냈고, 다른 참가자들은 그 소리를 들으며 모랄을 잃어갔다.

마지막 초밥은 무슨 피라미드 제일 구석방 같은 곳에 숨겨져 있었다. 그 방은 접근 자체가 어려웠다. 건물의 구조를 M. C. Escher가 설계했기 때문이었다. 아주 어지러웠지만 어려운 계단을 타고 올라 간신히 도달한 그 방에서는 마지막 초밥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뱀비늘 타다끼 스시.

뱀비늘도 먹기 버거운데 뱀이 꽤 커서, 밥의 양도 엄청났다. 초밥 그릇도 M. C. Escher가 디자인했는지 대단히 왜곡된 느낌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밥이 위에 놓이는가 아래에 붙는가


머리 부분에 입을 대고 스시를 천천히 꼬리부터 밀어올리면서 먹는 형식이었는데, 정말 밥을 버리고 싶은 유혹이 너무 간절했지만, 승리를 위해 다 먹고 나서는 저 그릇을 머리에 쓰고 (면류관 모양이잖아?) 재빨리 방에서 빠져나왔지만 Escher의 방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허덕이다가 소화불량까지 겹쳐 잠에서 깼다. 하앍하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