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새해가 밝고, 첫 보름달. 비 온 뒤 맑게 갠 하늘의 달이 참 밝고 또렷했다. 놀라운 것은, 이 보름달은 사실 작년의 달이라는 것이다. 달은 음력이잖아요, 아직 새해를 못 느껴요. 연말 공연 중인 저 달은 보름 후면 설 명절을 맞아 고향에 가고 없겠지.
아직 새해를 맞이하지 못하고 2019년에서 허우적 거리는 건 저 보름달 뿐만이 아니다. 참 여운이 많이 남는 공연이었다. 완벽한 원형의 보름달을 보면서 자연스레 떠오르는 써클 공연. 관객을 등지고 한 첫 연주 그리고 재평이와 재인형 태경형 승규(는 워낙 등지긴 한다)를 등지고 한 첫 연주라는 걸 떠올리기만 해도 다시 긴장된다; 하지만 그만큼 짜릿하고 즐겁기도 했고. 잘 준비된 '쇼'를 보여드리기보다는 (물론 나름 열심히 준비하긴 했다) 찾아주시는 분들과 함께 공연을 만든 기분이라 감사하고 신기하다. 고맙습니다. 중간에 몸이 좀 안 좋다는 얘기는 숨기고 싶었지만 빙빙 돌며 초근접거리에서 함께하다 보니 티가 다 났나봅니다. 프로(훗)답지 못한 모습 같아 창피하고 죄송합니다. 지금은 나아졌습니다 :)
아마 누구나 그럴테지만, 작년에 세웠던 원대하고 굉장한 계획들을 다 이루지는 못했다. 목표라는 것은 원래 이월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다급하지 않게 후회하지 않게 자신을 합리화하는 몹쓸 지혜가 생겨나는지도 모르겠지만, 목표를 잊지 않고 계속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다, 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조차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작년 한 해 공연도 신나게 참 많이 했고, 문제도 다시 풀고 있고 (요새 잘 못 푸는 것 같기는 하다), 신곡 소개 오디오쇼도 해보고, 무엇보다 평생 불가능하다 믿었던 루빅스 큐브를 맞출 줄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혁혁한 한 해였다 할 수 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도 달려보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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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대구에서 좋은 기회로 불러주셔서 좀 이른 2월에 공연을 개시하게 되었네요. 따뜻하게 입고 만나 후끈하게 돌아갑시다. 메일링 시스템은 아직 구상 중에 있습니다. 시작하게 되면 꼭 메일함이 아니더라도 눈치채실 수 있도록 노력할테니 매일 스팸함 열어보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ns